대전 한밭중앙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며 기쁜소식선교회를 이끌고 있는 박옥수 목사는 지난 40여년간 한결같이 교파를 초월하여 교회 · 교도소 · 학교 · 군부대 · 나환자촌 등에서 죄 사함의 복음을 전하고 있다. 그는 지금도 해마다 전국을 돌며 수차례 복음전도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 3월 19일에는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서울시민을 위한 성경세미나를 열었다.
해외에서도 그의 활동은 활발하다. 케냐 나이로비 대운동장에서 가진 복음전도 집회를 비롯하여 미국 뉴욕 라과디아대학 전도 집회, 페루 리마 및 파라과이 아순시온 실내체육관 전도 집회 등에서 말씀을 전했고, 독일 · 러시아 · 중국 · 일본 · 가나 · 아르헨티나 · 인도 등 여러 나라에 강사로 초청받아 말씀을 전하기도 했다.
교계의 초대형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지금 한국 교회에는 신앙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특히 평신도들의 신앙생활을 이끄는 목회자들을 교육하는 신학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 교회에는 올바른 진리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교회에 가면 그냥 종교적이고 형식적인 이야기만 해줍니다. '착한 일해라. 죄 짓지 마라. 미워하지 마라. 사랑해라.' 대부분 이런 식의 설교가 전부입니다. 누가 죄를 짓고 싶어 짓습니까? 누가 도둑질을 하고 싶어 합니까? 하기 싫어도 도둑질하고 싶은 욕망을 내 속에서 이겨낼 만한 힘이 없어 그 욕망에 끌려다니는 것이고 결국 도둑질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 욕망이나 죄를 이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확실하게 죄 사함을 받아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 내 속에 들어오면, 나는 죄를 이기지 못하지만 예수님의 마음은 죄를 이겨내므로 결국 내가 죄를 이기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은 악이나 유혹을 이기지 못하지만 예수님은 이기니 결국 인간이 유혹이나 욕망을 이기고 선하게 살게 되는 것이요, 기독교인들이 선하게 사는 것은 자기 힘이 아니라 주의 힘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한국 교회에서는 가장 중요한 이야기인 어떻게 죄 사함을 받는지에 대한 인식이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그냥 '예수님 십자가의 피로 죄 사함을 받는다'거나 요한 1서 1장 9절의 말씀을 가지고 '회개하라'고 가르치는 것이 보통이다. 이것은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지만 그것을 머리에서 이론으로만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마음에 주의 능력으로 살아 숨쉬지 못한다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문제는 '예수 믿으면 복받는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는 다 아는데 진짜 예수 믿고 죄 사함받고 거듭난 사람, 복받은 사람을 찾아보기는 너무 어렵다는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신앙개혁이 필요한 이유
"저는 수없이 많은 교회 목사님들을 만났습니다. 만나 물어보면, 어떤 분은 '죄 사함을 받았다'고 하고, 또 어떤 분은 '못받았다'고 해요. 어떤 분은 '거듭났다'고 하고, 또 어떤 분은 '나는 거듭났는지도 모르게 거듭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분들에게 정말 제가 진지하게 '성경 속에 있는 죄 사함 받는 방법을 아느냐? 성경은 이렇게 되어 있다'고 이야기해 주면 그분들이 죄 사함을 받고 달라져 버리는 것이예요. 저는 한국 교회에 신앙개혁이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학교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신학교에서 목회자를 양성할 때 지식인을 만들지 말고 신앙인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아무리 성경을 많이 알아도 그것으로는 악한 데도 쓸 수 있고 자기 욕망대로 살기도 하지만, 참된 신앙인은 그렇지 않거든요."
그의 말대로 오늘날 신학교는 많은 과목을 가르친다. 조직신학, 구약·신약, 교회사 등을 가르치며 지식을 머리 속에 쌓아 두라고 교육한다. 그래서 순수한 열정으로 신학교에 입학했더라도 신학교 1학년이면 장로, 2학년이 되면 집사, 3학년은 평신도, 4학년이 되면 타락한다는 냉소적 표현까지 공공연하게 떠도는 실정이다. 물론 일부이기는 하지만 신학교를 졸업하고 강도사(講道師) 고시 · 목사고시에 합격해 목사가 되면 그때부터는 하나님의 뜻과 상관없이 큰 교회를 만들기 위해 교인들의 '십일조'만 노린다는 비판이다.
올바른 신앙생활을 강조하는 박목사가 보는 한국 교회의 또 다른 비극은 많은 사람들이 교회에 나가면서 오히려 상처를 받는다는 점이다. 한국 교회가 대형화의 길로 달려가는 것도 바로 많은 교인들이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면서 상처를 입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기자기하고 자그마한 교회에서 서로 교제하고 봉사하며 신앙생활을 할 수 있기를 꿈꾼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작은 교회의 목회자들은 교회 건물을 새로 짓는다든지 교회가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이것은 알게 모르게 교인들에게 압박감을 준다. 신앙생활이 평안하지 않으니 교인들이 빠져나간다. 이렇게 악순환이 거듭되다 보면 나중에는 가족들만 남아 예배드리는 경우도 생긴다.
결국 작은 교회의 목회자는 교인들의 헌금에 관심이 많고 교인들은 이것이 부담이 되어 발길을 끊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교회에 가면 좀 괜찮을까' 하는 생각에 이곳저곳 교회를 옮겨다니다 결국 누가 왔는지도 잘 모르는 큰 교회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분석한다. 박목사는 이것이 한국 기독교의 타락상이라고 비판한다.
"몇만명이나 되는 교인들이 나오는 교회의 목사는 사명감을 가지고 이들을 믿음으로 이끌어 세워야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목사들의 마음 속에 진리가 없으니 그냥 '선한 일을 행하라' 하고 도덕적인 이야기만 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물질을 강요하고 주의 종을 잘 섬기라는 말로 끝맺죠. 그런 식으로 교회를 이끌어 가니 교인들이 점점 신앙에 회의를 느끼는 겁니다. 교인들이 목사를 믿지 않습니다. 교인들이 성경을 믿지 않습니다. 정말 두려운 일 아닙니까."
'교회에 나오니까 당신은 구원받았다'고 가르치는 목회자는 교인들을 올바르게 이끌어야 한다는 사명을 저버리고 무서운 죄를 짓는 것이다. 교회가 타락했을 때 종교개혁의 기치를 들고 나선 마르틴 루터나 요한 웨슬레 · DL 무디와 같은 지도자들도 올바른 신앙을 가지기 전에는 형식적인 일반 목회자와 다를 바 없었다. 그들도 성령으로 말미암아 거듭난 뒤에 새로운 신앙의 삶을 살게 된 것을 들어 박목사는 한국 교회가 거듭나야 한다고 재삼 강조한다.
그렇다면 박목사가 이처럼 심혈을 기울여 한국 교회에 알리고자 하는 '죄 사함'과 '거듭남'이란 무엇인가. 그는 "'거듭남'이란 예수님의 마음이 내 마음 속에 들어와 나약한 나의 마음이 아닌 주의 마음으로 살 수 있게 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거듭난 사람은 자기가 선을 행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예수의 마음이 자신의 마음 속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자연히 거룩한 삶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죄 사함'이란 무엇인가
박목사 자신은 19세 되던 1962년 죄사함과 거듭남을 체험했다고 한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청년 박옥수는 엄청난 말썽꾼이었다고 한다. "저만 없었으면 아버님께서 걱정하실 일이 세상에 하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할 정도였다. 물론 그때도 청년 박옥수는 열심히 교회에 다녔다. 죄를 씻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죄가 씻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없어 신앙생활에 회의를 느낄 무렵, 기도하던 중에 그는 스스로 자신이 죄 사함을 받았다는 것을 마음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교회에 아무리 열심히 다녀도, 기도를 제아무리 열심히 해도 제가 구원받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제가 저 스스로를 부인하며 기도하고 있을 때 하나님의 은혜로 저의 모든 죄가 사해졌습니다. 정말로 예수님의 피로 인해 죄로 물들었던 제 마음이 흰눈보다 더 깨끗해졌지요."
매일같이 서리하러 다니고 창고에 쌓아둔 쌀가마니를 몰래 들어내 팔아 용돈을 충당하고 술마시는 타락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는 그렇게 사는 것이 너무 괴로워 하루는 교회에 찾아가 목사님한테 죄를 고백했다고 한다.
'목사님, 제가 이런 죄인입니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이렇게 죄를 짓고 나쁜 짓을 했는데, 목사님, 어떻게 해야 죄 사함을 받습니까?' 그러자 목사님은 '회개하시오' 하는 말뿐이었다.
"회개해도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는 것을 어떡해야 합니까. 그런데도 목사님은 여전히 회개하라고 가르쳤어요. 정말 제가 회개하려고 남몰래 신새벽에 제일 먼저 교회에 가서 새벽기도하고 종 치고 죄 고백하는 일을 계속하다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에 결국 포기하려고 했습니다."
그 순간 하나님은 그 자신의 가장 추하고 더러운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세상 누구보다도 야비한 사람, 남자답지 못하고 더럽고 거짓된 인간. 그것이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는 생전 미워했던 다른 누구보다 자신을 증오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주님 앞에 자신의 죄를 놓고 기도하는데,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저의 죄를 위해 죽지 않았느냐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면 죄가 사해졌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그전에 부흥회를 하는 자리에서 어떤 목사님이 말씀하시기를 '죄가 다 사해지면 기억이 안난다'고 했는데 저는 자꾸 기억이 나잖아요. 그래서 엄청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날도 새벽기도를 하는데 그냥 예수님이 저의 죄를 다 사했다는 마음의 믿음이 들어왔어요. 누가 이야기를 안해 주었는데도 말입니다. 지금은 성경을 알아서 설명해 주면 너무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그때는 몇년 동안 고통받다 그것이 믿어졌습니다."
그후 성경을 보니 완전히 다르게 보이더라고 했다. 그가 성경을 '죄 사함과 거듭남의 비밀을 보여주는 문'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이런 경험 때문이다. 진실한 신앙은 자신을 비우는 데서 시작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고 했다. 자신의 판단에 옳다고 생각되는 것만 받아들이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온전한 진리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죄를 사함받고 거듭나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이 내 속으로 들어오면 우리 속 중심이 달라집니다. 예수님께서 도둑질하는 마음을 가졌겠습니까. 예수님께서 살인하셨습니까. 예수님의 마음이 그렇지 않으니 자연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마음에서도 죄가 싫어지고, 음란하고 추한 것이 싫어지면서 거룩한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은 아무리 착하게 살려고 해도 그 근본이 되는 속마음이 악하기 때문에 예수님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죄로부터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말씀 속에는 주님의 마음이 들어 있는데 말씀을 받을 때 주님의 마음이 내 속에 들어와 내 마음이 아닌 주님의 마음으로 살 수 있는 삶이 시작됩니다. 하와가 범죄했을 때 받은 악한 마음을 버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거듭남'입니다. 그래서 거듭난 사람은 자기가 죄를 끊으려고, 선을 행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예수님의 마음이 내 속에 들어와 자연히 거룩한 삶으로 바뀌게 됩니다."
박목사의 설명처럼 이 세상에서 최고로 자애로운 주의 마음을 받아들인 그때부터 '천하의 불효자식'이던 박옥수는 변하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그전에는 나쁜 짓을 안하려고 해도 하게 됐는데, 거듭난 다음부터는 저절로 나쁜 짓과 멀어지고 성경을 읽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친도 늘 속만 썩이던 아들이 정신을 차리자 그저 신기해할 뿐이었다. 이런 깨달음을 얻자 그는 대구에 있던 선교학교에 입학했다.
이 신학교는 거듭남의 은사를 입은 외국인 선교사들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1950년대 중반 세계십자군선교회(WEC) 회장인 영국의 놀만 그랍은 일본 도쿄(東京)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한국에 들르게 되었다. 그는 한국에서 6 · 25 전쟁 이후 영적 부흥이 일어나고 많은 사람이 거듭나 복된 삶을 살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대구 주암산기도원 집회에서 "확실하게 거듭난 사람은 손들어 보라"고 질문한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불과 서너명만이 손을 반쯤 들다 말았기 때문이다.
그후 그는 자기 선교회 소속으로 선교훈련을 받고 있던 케이스 글라스를 한국에 보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는 한국에 와 있던 딕 욕 · 말론 베이커 · 데릭 어얼 · 해리 와이먼 등과 함께 대구에 선교학교를 열어 학생들의 신앙훈련을 시작했다. 박목사도 여기에서 공부하던 학생들 중 한 사람이었다.
오로지 기도로만 응답받는 생활
선교학교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은 박목사는 지금도 그때의 일을 자주 떠올린다. 오로지 하나님만을 믿고 의지하는 훈련을 통해 그는 하나님의 종으로 단련되었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손을 잡고 교회에 다녔지만 비로소 체계적으로 성경을 배우기 시작한 박옥수 학생은 늘 자신의 부족함을 의식했다고 한다. 천방지축 말썽꾸러기 청년이 어느 틈엔가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세계로 들어와 버린 탓이었다.
과거 교회에 다닌다며 입으로는 기도해도 실제로는 자신의 일을 자신이 다 처리했으나 이곳에서는 철저하게 부정되었다. 이 선교학교를 운영하는 외국인 선교사들은 필요한 것은 하나님께 기도하여 얻으라고 가르쳤고 실제로 그렇게 생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목사의 부친은 아들을 위해 어려운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매달 쌀 한가마니를 가져다 주곤 했는데 외국인 선교사들은 이것마저 금지시켰다. '필요한 것은 기도하라'는 것이 유일한 지침이었다.
"솔직히 '기도한다고 응답이 되나? 그러면 일할 필요도 없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분들은 진짜 그렇게 살더라고요. 그런 생활을 계속하다 보니 기도하면 응답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어떤 때는 밥을 먹으면서도 '이것이 내 기도로 된 것인지, 저 형제의 기도로 되었는지' 하고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이런 생활 속에서 그는 점점 강하게 단련되었고 마친내 경남 거창의 장팔리라는 동네에 있는 조그만 교회에서 전도사로 일하게 되었다. 1964년의 일이었다. 박목사가 지금도 즐겨 말하는 당시의 일화 한토막.
교회의 선교사가 대구에서 열리는 월요일 모임에 참석하라고 지시했는데 그의 주머니에는 여비가 한푼도 없었다. 그래서 그동안 배우고 훈련받은 대로 기도했다. "하나님, 여비를 주십시오. 여비를 주십시오." 하고…. 토요일이 지나고 주일이 되었다. 20~30명 되는 교인들과 함께 주일예배를 인도한 후 "제가 내일 대구에 갑니다" 하고 광고를 냈다. '이 정도로 이야기하면 교인들이 여비를 좀 주겠지' 하는 기대도 허사, 아무도 여비를 건네는 사람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월요일 아침 일찍 대구까지 걸어서라도 갈 요량으로 읍내로 나섰다. 그때까지도 돈은 한푼도 없었다. 최후의 순간까지 그의 마음을 시험한 것은 교회 재정을 맡은 형제의 집이 차 타러 가는 길가에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은근히 그 형제를 마주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 집과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데, 저 자신이 너무나 초라한 거예요. '내가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종인데, 이렇게 한평생 산다는 것은 너무 싫다. 나는 이렇게는 안 살란다. 하나님, 제게 여비를 안주면 걸어가든지, 못가더라도 사람은 바라보지 않으렵니다. 하나님만 바라보렵니다.' 그러면서 일부러 그 집 앞을 비껴 갔어요. 그랬더니 대구 가는 차가 다가오더라고요. '어쩌지? 세울까 말까?' 하는데 차가 제 앞에 딱 섰어요. 주위에는 아무도 없는데 문이 열리길래 그냥 탔지요. 그랬더니 저쪽에서 '박전도사, 이리와' 하고 누가 불러요.
제가 아는 어떤 자매님인데 옆에 앉으라고 해서 앉았습니다. 차가 시내를 벗어나니 그분이 차비를 내주더라고요. 대구에서 삯바느질을 하는 분이었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친정어머니에게 주려고 준비했던 돈을 도로 집어넣게 되더라는 거예요. 그러다 제가 혼자 걸어가는 것을 보고 '하나님이 박전도사 여비 주라고 그랬구나!' 하는 생각에 미치자 차를 세우고 저를 불렀다는 것입니다. 그날 밤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제가 그 형제 집에 들어갔으면 버스가 그냥 지나갔을 것 아니겠어요? '하나님이 이렇게 나를 위해 준비하고 계시구나! 이제 하나님만 바라봐야겠다' 하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그때부터 한번도 사람에게 기대지 않았어요. 하나님께 구할 때마다 주셨으니까. 그후로 이런 경험은 너무너무 많이 겪었어요."
선교학교 설립과 철저한 신앙훈련
외국인 선교사들이 철수한 후 그는 그 전통을 이어받아 지난 1976년 선교학교를 설립했다. 현재 이곳에서 훈련받은 300여명의 선교사들이 남미나 아프리카의 오지 등에서 사역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선교학교는 입학자격과 수업내용, 졸업자격 등 모든 것이 기존의 신학교와는 사뭇 다르다. 신학이론을 머리 속에 담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마음 속에 받아들이는 것이 교육의 알파요, 오메가다.
'신학교는 지식인이 아닌 참된 신앙인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박목사의 지론에 따라 이 선교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사람은 '거듭난 사람'이어야 한다. 이들은 입학할 때 가족들과 함께 와서 24시간 같이 지내며 생활 속에서 훈련받는다. 성경 공부를 할 때는 성경 내용을 읽은 후 전체가 모여 토의를 한다. 이런 토의 과정 속에서 학생들의 신앙상태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성경의 어느 구절이든 학생들이 신앙의 차원에 따라 다르게 느끼기 때문이다. 똑같은 '돈'을 보고도 각자의 마음가짐에 따라 그 모습이 다르게 보이는 법. 여기서 학생들의 마음의 세계를 알아보고 그들의 마음이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원인들, 자아(自我)가 가로막고 있는 문제들을 성경 속에서 해결해 주면서 학업이 계속된다.
철저한 신앙훈련을 거치면서 하나님이 은사를 보여준 사람들은 교회에 파송되어 전도사로 일하면서 계속 수련하게 된다. 이런 혹독한 수련을 거치는 동안 "진짜 저 사람은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이다. 그 속에 하나님의 역사가 나타난다"고 판단할 때 비로소 목사 안수를 한다. 대단히 엄격한 교육과정인 셈이다.
"영적으로는 대단히 엄격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요. 세상의 어떤 학문적인 기준이 아니고 마음의 기준이니까요. 바로 신앙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일입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목회자들부터 신앙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기준을 학문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실제로 학식은 신앙이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아는 대로 목사님들의 비리가 얼마나 많습니까? 신앙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람의 지식으로 이해하려 해선 안돼"
누구든지 노력하면 신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수 있고, 강도사고시나 목사고시에 합격할 수 있지요. 교파에 따라 목사가 되는 과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면 열심히 노력하면 목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렇게 목사가 된 사람이라도 신앙이 전혀 없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가룟 유다도 예수님을 따라다녔지만 자기의 목적을 위해 따라 다녔지, 마음에 신앙은 없었잖아요. 가룟 유다가 자기의 욕망을 따라 얼마든지 예수님을 팔 수 있었던 것처럼, 주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목사가 생길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목사를 세울 때 영적 기준으로 보지 않고 학문적 기준이나 인간됨을 보고 세우기 때문이지요. 그 사람의 영혼을 꿰뚫어 보지 않으면 이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실제로 기쁜소식선교회의 선교학교에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돈 한푼 없이 훈련받고 있다. 요컨대 '진짜 내가 하나님과 동행하고 있구나. 하나님이 도우시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볼 때까지 훈련받는 것이다. 오랜 기간 훈련받아도 안되면 남거나 직장으로 복귀하고 믿음을 체험한 사람들만 전도지로 나가 사역한다. 이것이 기쁜소식선교회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참된 신앙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했다. 한국 교회의 현실에 대한 매서운 충고도 있었다. 신앙을 머리로, 논리로 이해하려 하는 기자를 설득하기 위해 많은 일화를 동원하기도 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 교회의 현실에 대해 대단히 안타까운 마음을 표했다.
"오늘날 한국 교회가 양적으로 부흥되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타락한 것입니다. 서울에 교인들이 수만명씩 모이는 큰 교회들이 있습니다만, 냉정히 보면 성경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저도 장로교회를 쭉 다니다 어느날부터 죄로 인해 깊이 갈등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죽이고 싶도록 미워한 사람이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정말 자살하려고도, 신앙을 포기하려고도 했는데, 어느날 제 자신의 마음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런 단계에서 성경을 보니, 내 마음이 비워지니 그때부터는 내 마음의 세계가 아닌 하나님의 세계 안에서 성경말씀이 보이더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세계의 성경이 보이니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는 분명한 길이 아주 선명하게 보이더라는 거예요. 옛날에는 성경을 읽어도 늘 내 생각으로 이해해 받아들이는 식이어서 그 길을 못봤던 것이지요. 제가 펴낸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이라는 책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바로 이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는 어떻게 개혁해 나가야 할 것인가. 박목사가 제시하는 비전.
"한국 교회의 한 사람 한 사람이 거듭나야 합니다. '거듭난다'는 말은 껍데기가 아닌 속마음이 달라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모두가 예수님의 마음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예수님이 마음에 없는 사람들이 한국 교회의 지도자가 되고 목사가 되니 한국 교회가 이렇게 고통 속에 빠져 있는 것입니다. 이제는 목사를 배출하는 신학교 교수들부터 달라져야 합니다. 성경 지식을 가르치지 말고 거듭난 신앙인의 마음을 가지고 한다면 달라지지 않을 수 없지요. 참된 하나님의 교회는 지금의 이런 교회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세계를 모르니 그 영혼이 거듭나지 못해 지옥 가는 줄도 모르고 교회에만 나가면 다 구원받은 것으로 인정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교인들은 교회 다니면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심지어 세상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일을 하면서도 자기는 천국 간다고 믿지요. 신앙생활을 잘한다고 말입니다. 그 마음에 예수님이 없기 때문이지요. 옷로비 사건의 당사자들도 다 유명한 기독교 신자들 아닙니까? 그런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기는 커녕 오히려 그 빛을 가리는 추태를 보였습니다. 누가 한국 교회를 그렇게 만들었습니까? 종교지도자들이 그렇게 만든 거예요. 그래서 가장 먼저 종교지도자들을 길러내는 신학교의 교수님들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는 교회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도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그리스도이며 우리는 신앙으로 사회에 기여한다"는 말로 신앙운동에 대한 신념을 내비쳤다.
그의 설교집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은 지난 1986년 부산 무궁화회관에서 집회를 하며 강연한 내용을 책자로 엮은 것으로, 10여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에서 읽히고 있다. 박목사의 왕성한 활동은 그의 강연이나 설교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만 해도 20권이 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영문판으로 나온 책도 "Only by Jesus' Work" 등 5권이 있다.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은 현재 영어 · 중국어 · 스페인어 · 일본어 · 독일어 등은 물론 러시아어 · 태국어, 필리핀의 타갈로그어, 아프리카의 스와힐리어 등으로도 번역을 마쳤다. 중국에서는 정식으로 당국의 승인을 받아 현지 서점에서 유통시킬 계획.
최근에는 그의 책을 읽은 한 독자가 보내온 1,000만원으로 이 책의 소형판을 별도 제작했다. 박목사는 "소형판으로 제작한 책은 중국 조선족 동포들을 통해 북한에도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귀띔한다.
어느 가톨릭 신자의 감사편지
그의 글이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다. 특정 교회나 교파를 가리지 않고 그의 글을 읽고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최근에는 수원에 사는 김요한이라는 사람이 기쁜소식선교회의 홈페이지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려놓았다.
그는 부친이 수십년 동안 교회를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늘 술을 마시고 불평을 늘어놓고 사람들을 미워했다고 적었다. 그런데 박목사의 강연에 참석한 후로는 술을 끊었고 또 사람들에 대한 무조건적 증오가 사라지고 대신 사랑이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아버지 · 어머니 · 형까지 일가족 모두가 박목사의 전하는 말씀에 감동되어 완전히 변화한 것을 보고 자신은 천주교 신자이지만 존경하는 마음으로 감사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이렇듯 세계 각국에서 그의 책을 읽고 감동받아 소식을 전해오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다. 그의 강연이나 집회가 있을 때면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죄 사함을 받고 새로운 신앙인으로 거듭나는 것을 보며 그는 점점 자신의 책무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죄 사함과 거듭남의 은사를 입을 수 있도록 그는 문서선교와 인터넷 선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해 2월부터는 그가 담임목사로 시무중인 한밭중앙교회의 주일예배를 인터넷으로 중계하고 전세계에 파견된 선교사들과의 공개채팅 등 인터넷 선교를 대폭 강화했다. 앞으로는 시간대를 나누어 여러 언어로 방송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세계 어느 곳에서든 선교회의 홈페이지(old.goodnews.or.kr)에 접속하면 그의 강연을 들을 수 있다.◎
인터넷방송 통해 전세계에 복음 전도
6 · 25 전쟁 이후 국내에 기독교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한국은 영적 부흥이 일어난 나라로 전세계에 알려졌다. 1950년대 중반 세계십자군선교회 회장인 놀만 그랍은 세계청소년선교 지도자인 제이 찰비스 박사와 함께 대구의 주암산 기도원을 방문했다.
밤낮없이 뜨겁게 기도하는 교인들 가운데 거듭났다는 확신을 가진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놀만 그랍은 "하나님, 한국을 불쌍히 여기옵소서!" 하고 울면서 돌아갔다고 한다.
그 후 1962년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서 딕 욕(미국, Shield of Faith Mission), 케이스 글라스 · 데릭 얼(영국, WEC International), 말론 베이커(미국, Christians in Action) 등 거듭난 선교사들이 한국인 전도자들을 기르기 위해 선교학교를 열었다.
오늘날 기쁜소식선교회를 이끌고 있는 박옥수 목사도 1962년 이 선교학교에 입학하여 훈련받았다. 선교사들은 말씀 그대로의 삶으로 학생들을 이끌어 준 후 본국으로 돌아갔고, 박옥수 목사가 그 신앙을 이어받아 수십년간 '어떻게 죄를 사함받고 거듭나는지' 복음을 전하면서 기쁜소식선교회가 태동하게 되었다.
이후 박옥수 목사는 1964년 경남 합천군 봉산면 압곡동에 교회를 개척하고, 김천 · 거창 등지에서 복음 전도 활동을 시작하였다. 현재 국내 250여 곳에 교회가 개척되어 있다.
1976년 대구시 동구 파동에서 한국복음선교학교를 10명의 학생으로 시작하였는데 현재까지 300여명의 복음 전도자가 배출되었다.
1985년 박옥수 목사는 아세아방송의 '기쁜소식' 시간에 방송설교를 담당하였고, 이때부터 선교회 명칭을 '한국복음선교회'에서 '기쁜소식선교회' 로 바꾸었다.
1986년 부산 무궁화회관에서 대전도집회를 개최하였고, 집회때 전한 말씀을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 설교집으로 출간했다. 이 책은 현재 100만권 이상 발행되었으며, 10개 국어로 번역되어 전세계인들이 읽고 있다.
현재 기쁜소식선교회의 주요 사역으로는 대도시 복음 전도 집회, 전도책자 발간 및 보급, 인터넷과 방송 및 영상을 통한 복음 전도, 동 · 하절기 신앙수양회, 전도사 훈련, 국내외 파송 및 후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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